한강5 [가사] 악동뮤지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거지 중에서 일부러 몇 발자국 물러나내가 없이 혼자 걷는 널 바라본다옆자리 허전한 너의 풍경흑백 거리 가운데 넌 뒤돌아본다그때 알게 되었어난 널 떠날 수 없단 걸우리 사이에 그 어떤 힘든 일도이별보단 버틸 수 있는 것들이었죠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널 사랑하는 거지사랑이라는 이유로 서로를 포기하고찢어질 것 같이 아파할 수 없어 난두세 번 더 길을 돌아갈까적막 짙은 도로 위에 걸음을 포갠다아무 말 없는 대화 나누며주마등이 길을 비춘 먼 곳을 본다그때 알게 되었어난 더 갈 수 없단 걸한 발 한 발 이별에 가까워질수록너와 맞잡은 손이 사라지는 것 같죠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널 사랑하는 거지사랑이라는 이유로 서로를 포기하고찢어질 것 같이 아파할 수 없어 난 no, oh, oh어떻게 내가 어떻게 너를이후에 우리 바다처럼 깊.. 2024. 11. 20. 필사하기 안좋지만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책들 박민규‘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작가 단편집. 워낙 개성 강한 독특한 문체를 가지고 있어 박민규 소설은 절대로 필사하지 말라는 얘기가 있다. 그만큼 독특한 문장을 가진 작가이다. (그럼에도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꽤나 많이들 필사하는 책이다) 그림도 아니고, 문장에 이렇게 작가의 개성이 배어있을 수 있다니 감탄하게 될 뿐이다. 그런데 막상 필사를 해보면 길들여 질수가 없는 문장이다. 한참을 필사하다보면 내 문장과 박민규의 문장이 섞이며 이도 저도 아닌 문장이 나온다고나 할까? 하지만 박민규 소설을 필사한 시간이 아깝지는 않다. 적어도 나 자신의 문체를 돌이켜 볼 수 있는 시간은 충분히 되고 남는다. 내가 너무 평이한 문장을 쓰려고 노력하지는 않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자. 한강한강의.. 2024. 10. 24. 한강, 내 여자의 열매 중 '아기 부처' "이 길을 따라서 계속 가면 너 사는 동네가 나온다더라만. 이렇게 걸어서는 닷새가 걸릴지 엿새가 걸릴지 모르겠구나. 되돌아가려고 하면 꼭 산 저쪽에 너를 남겨두고 가는 것 같아서 마음이 짠할 때도 있었다." 나무 등걸을 잡고 쉬는 나를 돌아보며 어머니는 뜻밖의 말을 했다. "집에서도 이 산을 보고 있으면, 저 뒷자락에 네가 살고 있으려니 싶었으니......이 산이 너를 나하고 이어주는 것 같아 고맙기도 하고, 더 커 보이기도 하더라." 그녀의 얼굴은 진심으로 서운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날 오전, 마감 기한에 겨우 맞춰 출판사에 도착한 나는 원고만 건네주고 바로 거리로 나왔었다. 않기 시작한 뒤 시내에 나온 것은 처음이었다. 길고 스산했던 겨울이 어느 사이 끝나 가고 있었다. 여자들의 옷은 얇아.. 2024. 10. 22. 한강, 희랍어 시간 중에서 스위스를 여행한 적이 있지만 제네바에는 들르지 않았다. 그의 무덤을 굳이 직접 보고 싶지 않았다. 대신 그가 보았다면 무한히 황홀해했을 성 갈렌의 도서관을 둘러보았고, 루체른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저물녘까지 얼음 덮인 알프스의 협곡 사이를 떠다녔다.어느 곳에서건 사진은 찍지 않았다. 풍경들은 오직 내 눈동자 속에만 기록되었다. 어차피 카메라로 담을 수 없는 소리와 냄새와 감촉 들은 코와 얼굴과 손에 낱낱이 새겨졌다. 아직 세계와 나 사이에 칼이 없었으니, 그것으로 그때엔 충분했다. 여느 때처럼 묵묵히 흑판을 올려다보던 그녀의 눈이 한 곳에 멈췄다. 단신에 머리가 반쯤 벗어진 불어선생이 그 단어를 가리키며 발음했다. 그녀의 방심한 두 입술이 어린아이처럼 달싹이려 했다. 비블리오떼끄. 혀와 목구멍보다 깊은 .. 2024. 10. 21. 한강, 내 여자의 열매 중 ‘철길을 흐르는 강‘ 처음으로 맛본 성소의 고요에 잔뜩 위축된 나는 깨금 발로 뒤따라가 어머니의 옆자리에 앉았지. 소매 끝이 나무 걸상에 스치는 소리도 어마어마한 반향을 올리는 곳이더군, 높다란 천장에 매달린 유리 장식과 햇빛 찬연한 스테인드글라스를 올려다보며 나는 오래 기다렸어. 어머니가 고개를 들기를. 그만 가자, 라고 속삭이며 내 머리에 손을 얹기를. 그러나 어머니는 고개를 드는 대신 손바닥으로 입을 틀어 막았지. 그리고는 세차게 어깨를 떨며 흐느끼기 시작했어. 처음 목으로 울었을 때, 당신은 몇 살이었어? 난 그날의 일을 생각하면 목구멍이 아파. 마음보다 먼저 몸이 기억하는 일도 있는가 봐. 내가 당신을 기억할 때면 온몸의 구석구석이 저리고 손가락 뼈마디, 목덜미의 솜털 끝까지 아파오는 것처럼. 도시의 뒷골목에서 달.. 2024. 8. 3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