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하기 좋은책2 무라카미 하루키, 빵가게 재습격 사건 중에서 삼 년이라는 세월이 나를 이 11월의 비 오는 밤으로 데려다 주었다.그러나 어쩌면 나는 이 새로운 세계에도 조금씩 익숙해져갈 것이다. 시간은 걸릴지 모르겠지만 차츰 뼈와 살을 이 무겁고 습한 우주의 단층 속에 파고들게 할 것이다. 결국 사람은 어떤 상황에든 스스로를 동화시킨다. 아무리 선명한 꿈도 결국은 선명하지 못한 현실 속으로 소멸해가는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런 꿈을 꾸었다는 것조차 나는 떠올리지 못하게 될 것이다. 나는 베개 맡의 불을 끄고 눈을 감은 채 침대 위에서 천천히 몸을 폈다. 그리고 꿈이 없는 잠 속으로 의식이 침몰해갔다. 비가 창을 두드리고, 어두운 해류가 잊혀진 산맥을 들추어냈다. 선명한 달빛이 주방 창으로도 들어와 바닥과 벽에 기묘한 음영을 드리웠다. 그것은 전위극의 상징적인 무.. 2024. 10. 30. 필사하기 안좋지만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책들 박민규‘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작가 단편집. 워낙 개성 강한 독특한 문체를 가지고 있어 박민규 소설은 절대로 필사하지 말라는 얘기가 있다. 그만큼 독특한 문장을 가진 작가이다. (그럼에도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꽤나 많이들 필사하는 책이다) 그림도 아니고, 문장에 이렇게 작가의 개성이 배어있을 수 있다니 감탄하게 될 뿐이다. 그런데 막상 필사를 해보면 길들여 질수가 없는 문장이다. 한참을 필사하다보면 내 문장과 박민규의 문장이 섞이며 이도 저도 아닌 문장이 나온다고나 할까? 하지만 박민규 소설을 필사한 시간이 아깝지는 않다. 적어도 나 자신의 문체를 돌이켜 볼 수 있는 시간은 충분히 되고 남는다. 내가 너무 평이한 문장을 쓰려고 노력하지는 않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자. 한강한강의.. 2024. 10. 2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