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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에르노4

외국의 번역서를 필사해도 괜찮을까? 외국의 번역서를 필사해도 괜찮을까? 필사를 하다 보면 상당히 고민이 되는 문제다. 필사가 하루 아침에 책 뚝딱 할 수 있다면야 상관없겠지만... 몇 달이라는 시간을 투자하려면, 시간을 들여 '필사하기 좋은책'을 골라야 할 필요가 있다. 내용은 마음에 들지만, 번역체를 따라 해야 할까? 말까? 는 당연히 고민이 되는 포인트이다.  번역서는 당연히 원서의 의미를 그대로 전달해주지 않는다. 그나마 우리나라 말과 어순도 같고, 한자도 많이쓰며, 비슷한 단어가 많은 일본어로 쓴 책만 봐도 번역자에 따라 확연히 다른 문장을 보여준다. 문학사상사의 '상실의 시대'(유유정 번역)와 민음사의 '노르웨이의 숲'(양억관 번역)의 번역을 비교해보자. (어떤 번역이 좋은지는 언급하고 싶지 않다. 둘다 훌륭한 번역이니, 개인의 .. 2024. 11. 20.
[책소개] 아니 에르노, 바깥 일기 명상이나 글쓰기에 관해 찾다보면, 일기를 써보라는 추천을 종종 받는다. 일기를 쓰다보면 온전히 내 자신의 얘기를 하다보면 나를 알 수 있는 순간이 온다고들 한다.  시도하신분은 아시겠지만 그렇게 효과가 좋진 않다. 적어도 나의 경우는 그렇다. 옵시디언에 daily diary를 셋팅하고 몇달을 꾸준히 시도했는데, 그저 감정 배설의 찌꺼기 느낌이 드는 글 밖에 남지 않았다. 특히 멘탈이 약한 순간이 어쩔수 없이 오는데.. 그 때의 글은 감정 배설 그 자체의 느낌이 든다. 과연 일기를 쓰면 온전히 내 자신을 마주치게 되는 것이 맞을까?  우리의 진정한 자아는 오롯이 우리 안에 있지 않다. - 장자크 루소  아니 에르노의 바깥 읽기 앞 페이지에 쓰여있는 인트로 문장을 보고 다른 생각을 해보았다. 나 자신을, 나.. 2024. 10. 30.
아니 에르노, 한 여자 중에서 간호사가 어서 병원의 호적 담당과에 다녀오라고 권했다. 그동안 어머니의 개인 소지품 목록을 작성하게 된다. 어머니는 이제 가진 것이 거의 없어서, 정장 한 벌, 푸른색 여름 구두 한 켤레, 전기면도기 하나가 전부였다. 어떤 여자가 소리를 질러 대기 시작했는데, 몇 달 전부터 늘 그래 오던 여자였다. 나는 그 여자는 아직 살아 있는데 내 어머니는 죽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 주 내내 아무 데서고 눈물을 흘리는 일이 벌어졌다. 잠에서 깨어나다가 어머니가 죽었다는 것을 기억해 내곤 했다. 어머니가 꿈에 나왔고, 죽었다는 것을 빼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무거운 꿈에서 빠져나 오기도 여러 번이었다. 생활에 필요한 일들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장보기, 식사, 세탁기로 빨래 돌리기. 종종 어떤 순.. 2024. 10. 21.
아니 에르노, 단순한 열정 중에서 상태가 상당히 심각해지자, 나는 카드점 치는 사람을 찾아가 상담을 받고 싶어졌다. 그것만이 내게 삶의 의욕을 불어넣어줄 것 같았다… 한 여자 점쟁이의 주소가 눈에 들어왔다.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는 동안, 지난달에 A를 생각하며 새 원피스를 고르던 때와 비슷한 희열을 느꼈다. 아직도 내가 그 사람을 위해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점쟁이를 찾아가지 않았다. 그 사람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예언을 듣게 될까 두려웠다. 나는 ‘내가 그에게로 가면 돼' 라고 생각했다. 내가 왜 그에게 가지 않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때로, 그 사람이 내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하루를 보내는 게 아닐까 자문해보기도 했다. 나는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듯이 태연히 잠자리에서 일어나 커피를 마시고 이야기하고.. 2024. 9.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