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영, 유진 중에서
그런 친구는 처음이었다. 원두커피도 오렌지도 처음이었다. 그 방에서, 어둠이 내릴 때까지, 무영과 나는 이상하고 지루한 사람들에 대해 얘기했다. 가끔 꾸는 악몽과 죽은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천박한 어른과 한밤의 산책과 가끔 엄습하는 자해 욕구를 말했다. 없애 버리고 싶은 기억과 박제해 두고 싶은 기억을 조금씩 말했다. 그리고 좋아하는 것을 말했다. 매일 다른 날씨와 하늘, 구름, 햇살, 장마, 첫눈, 노을, 겨울철 별자리, 바람에 실려 오는 계절 향기. 그리고 마침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 그리고 매일 유진 언니를 생각했다. 강한 바람이 불어 가림막이 벗겨진 것처럼, 가림막 안에 놓여 있던 온갖 잡동사니가 바람에 휩쓸려 이리로 저리로 굴러다니는 것처럼, 따로 따로 굴러다녀 그전엔 보지 못한..
2024. 11.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