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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2

최은영,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중에서 은근한 따돌림이 있었을 때도 동료들은 그녀에게 친절했다. 아침이면 밝은 얼굴로 인사를 했고, 엘리베이터나 화장실에서 만나면 반가운 내색을 했다. 점심을 같이 먹으러 가자고 하기도 했다. 공적인 일에서 그녀를 배제한 적도 없었다.  그런데도 몇몇 분명한 순간들이 있었다. 모두가 받은 동료의 청첩장을 받지 못했을 때, 탕비실에 들어서는 순간 공기가 미묘하게 달라질 때, 아주 사소한 주제라도 그녀와는 사적인 대화를 이어가지 않으려는 기미가 느껴질 때, 어떤 말도 없었지만 그녀와 함께 있어서 버겁고 불편하다는 분위기가 감돌 때, 우리의 세계에 온전히 소속될 수 없는 당신을 나는 안타깝게 여기지만 도울 생각은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얼굴을 볼 때. 그녀는 그런 상황에 체념한 채로, 그 모든 일이.. 2024. 10. 21.
한강, 내 여자의 열매 중 ‘철길을 흐르는 강‘ 처음으로 맛본 성소의 고요에 잔뜩 위축된 나는 깨금 발로 뒤따라가 어머니의 옆자리에 앉았지. 소매 끝이 나무 걸상에 스치는 소리도 어마어마한 반향을 올리는 곳이더군, 높다란 천장에 매달린 유리 장식과 햇빛 찬연한 스테인드글라스를 올려다보며 나는 오래 기다렸어. 어머니가 고개를 들기를. 그만 가자, 라고 속삭이며 내 머리에 손을 얹기를. 그러나 어머니는 고개를 드는 대신 손바닥으로 입을 틀어 막았지. 그리고는 세차게 어깨를 떨며 흐느끼기 시작했어. 처음 목으로 울었을 때, 당신은 몇 살이었어? 난 그날의 일을 생각하면 목구멍이 아파. 마음보다 먼저 몸이 기억하는 일도 있는가 봐. 내가 당신을 기억할 때면 온몸의 구석구석이 저리고 손가락 뼈마디, 목덜미의 솜털 끝까지 아파오는 것처럼.  도시의 뒷골목에서 달.. 2024. 8.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