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맛본 성소의 고요에 잔뜩 위축된 나는 깨금 발로 뒤따라가 어머니의 옆자리에 앉았지. 소매 끝이 나무 걸상에 스치는 소리도 어마어마한 반향을 올리는 곳이더군, 높다란 천장에 매달린 유리 장식과 햇빛 찬연한 스테인드글라스를 올려다보며 나는 오래 기다렸어. 어머니가 고개를 들기를. 그만 가자, 라고 속삭이며 내 머리에 손을 얹기를. 그러나 어머니는 고개를 드는 대신 손바닥으로 입을 틀어 막았지. 그리고는 세차게 어깨를 떨며 흐느끼기 시작했어. 처음 목으로 울었을 때, 당신은 몇 살이었어? 난 그날의 일을 생각하면 목구멍이 아파. 마음보다 먼저 몸이 기억하는 일도 있는가 봐. 내가 당신을 기억할 때면 온몸의 구석구석이 저리고 손가락 뼈마디, 목덜미의 솜털 끝까지 아파오는 것처럼.
도시의 뒷골목에서 달그림자를 본 적 있어?
당신은 어린 시절을 줄곧 고향의 강가에서 지냈으니, 철든 뒤 서울에서 그것을 보았다 해도 애써 눈여겨보지 않았을지 모르겠군. 언젠가, 당신이 아니더라도, 달그늘 보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그렇게 막막한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싶어. 무수한 불빛을 받아 여러 겹으로 교차된 사물들의 그림자 를 보면서 그 사람도 나처럼 서 있었겠지. 달이 드리우는 아련 하고 따뜻한 그늘을 그 사이에서 문득 발견해낼 때까지, 그사 람은 그 길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웃고 있었을까. 울음을 참는 일을 방금 체념한 찰나였을까. 그 밤에 그 사람은 몇 살 이었을까. 몇 번째로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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