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이나 글쓰기에 관해 찾다보면, 일기를 써보라는 추천을 종종 받는다. 일기를 쓰다보면 온전히 내 자신의 얘기를 하다보면 나를 알 수 있는 순간이 온다고들 한다.
시도하신분은 아시겠지만 그렇게 효과가 좋진 않다. 적어도 나의 경우는 그렇다. 옵시디언에 daily diary를 셋팅하고 몇달을 꾸준히 시도했는데, 그저 감정 배설의 찌꺼기 느낌이 드는 글 밖에 남지 않았다. 특히 멘탈이 약한 순간이 어쩔수 없이 오는데.. 그 때의 글은 감정 배설 그 자체의 느낌이 든다. 과연 일기를 쓰면 온전히 내 자신을 마주치게 되는 것이 맞을까?
우리의 진정한 자아는 오롯이 우리 안에 있지 않다. - 장자크 루소
아니 에르노의 바깥 읽기 앞 페이지에 쓰여있는 인트로 문장을 보고 다른 생각을 해보았다. 나 자신을, 나의 감정을 표현하였다 해서 그 것이 오롯한 나의 모습은 아니라면...? 그렇다면 혼자 아무것도 없이 몰입해 고민한다고 나자신이 찾아지지는 않는다. 끊임없이 과거를 빙빙 돌면서 자기 자신의 생각이나 성향만 강조될 뿐이다. 그럼 일기 말고 다른 방법은 없을까?
'바깥 일기'는 202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아니 에르노'가 쓴 얇은 책이다. "집단의 일상을 채집해 자신과 사회를 탐구한 8년의 기록"이라는 소개글이 뒷표지에 적혀있다. 단순히 아니 에르노 본 주변과 타인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글이다.
일기 형식의 책이지만 소설도 에세이도, 일기도 아닌 실험적인 책으로, 마치 연필로 스케치를 하다만 그림을 모아서 보는 듯한 느낌이다.
나는 내가 겪은 일만 쓴다 -아니 에르노
정말 루소 말대로 자아가 내 안에 오롯이 있지 않다면 우리는 시선을 외부로 돌려야한다. 외부 관찰을 통해, 나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기를 쓰거나, 일기 쓰기에 실패한 사람들은 꼭 한번 읽어볼만한 책이다.
'바깥 일기'는 1985년~1992년까지의 기록, '밖의 삶'은 1993년~1999년 까지의 기록이다.
두권 모두 7, 8년에 걸친 기록이나, 기간에 겁먹을 필요는 없는 얇은 책이다. 2권 모두 읽어도 빠르게 읽을 수 있다. 게다가 상, 하권 처럼 두권 모두 읽어야 하는 책은 아니다. 두 권 다 읽을때 드는 또다른 느낌이 있긴하나, 한권만 읽어도 충분히 느껴지는 것이 있다. 바깥 읽기는 좀더 호흡이 길고 사색적인 반면, 밖의 삶은 좀더 밝고 가벼운 글이 많은 편으로, 둘중 한권만 고르라면 취향에 따라 고르면 된다. (개인적으로는 '바깥 일기'를 권한다.)
두번, 세번 읽을 수록 새롭기 때문에 소장하고 생각날때마다 다시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책을 읽고 혹한다면 한번 내면을 담은 일기보다는 바깥 일기를 한번 써보면 어떨까? 아니면 더 나아가 같은 그림을 여러번 반복해 그리듯이 다른 시간대에 똑같은 자리에서 바라본 바깥을 써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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