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하기좋은책4 하성란, 여름의 맛 수록 단편, 알파의 시간 중에서 세잔은 '풍경이 내 가운데에서 성찰하고, 나는 그 의식이 된다" 고도 말했다. 세잔이 생트 빅투아르 산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생트 빅투아르 산이 세잔을 바라보았다는 뜻이다. 세잔은 생트 빅투아르 산 앞에서 산이 그를 볼 때까지 오랫동안 기다렸을 것이다.내 앞의 풍경은 까마귀 한 마리 끼어들 틈 없이 조밀하고 견고했다. 그때까지도 고갯마루 위로 모습을 드러내는 차는 없었다. 순간 갈까마귀 떼가 날아오르다 반짝 하얀 배를 보이듯 풍경 한 귀퉁이가 빛났다. 무언가가 감았던 눈을 살포시 뜨고 나를 바라보는 것을 느꼈다. 내가 그것을 본 것이 아니 라 그것이 나를 본 듯한 느낌이었다. 그 야립 간판은 소유주가 달라 보이는 밭과 밭에 한 다리씩 걸친 채 우뚝 솟아 있었다. 산모퉁이 어디쯤에선가 아련하게 낙석 소리.. 2024. 11. 22. 외국의 번역서를 필사해도 괜찮을까? 외국의 번역서를 필사해도 괜찮을까? 필사를 하다 보면 상당히 고민이 되는 문제다. 필사가 하루 아침에 책 뚝딱 할 수 있다면야 상관없겠지만... 몇 달이라는 시간을 투자하려면, 시간을 들여 '필사하기 좋은책'을 골라야 할 필요가 있다. 내용은 마음에 들지만, 번역체를 따라 해야 할까? 말까? 는 당연히 고민이 되는 포인트이다. 번역서는 당연히 원서의 의미를 그대로 전달해주지 않는다. 그나마 우리나라 말과 어순도 같고, 한자도 많이쓰며, 비슷한 단어가 많은 일본어로 쓴 책만 봐도 번역자에 따라 확연히 다른 문장을 보여준다. 문학사상사의 '상실의 시대'(유유정 번역)와 민음사의 '노르웨이의 숲'(양억관 번역)의 번역을 비교해보자. (어떤 번역이 좋은지는 언급하고 싶지 않다. 둘다 훌륭한 번역이니, 개인의 .. 2024. 11. 20. 하성란, 여름의 맛 중에 먹어보지 않아도 그 나무를 보는 순간 바로 그 복숭아나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을 듯했다. "복사꽃이 피면 산등성이가 온통 꽃바다가 됩니다. 바람도 비도 꽃이에요. 돗자리를 깔아놓고 밥도 먹고 노래도 불러요. 내 복숭아나무는 산등성이 맨 위에 있어 햇빛을 가장 오래 받지요." 그의 말을 떠올릴 때마다 그녀는 맨발로 복사꽃이 흐드러진 복숭아나무들 사이를 걷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이상한 건 매년 복사꽃이 피고 열매가 달리는 그곳이 점점 구체화되고 있는 것에 비해 그의 얼굴은 점점 더 희미해져 나중엔 희부연 실루엣으로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산 입구에는 등산객을 상대로 하는 노점상들이 서 있었다. 촌 여자들이 콩국을 팔았다. 고무로 된 커다란 젓갈통이었다. 그 안에 콩국이 가득했다. 커다란 .. 2024. 11. 13. 양귀자, 모순 중에서 사랑하지 않고 스쳐 갈 수도 있었는데 사랑일지도 모른다고 걸음을 멈춰준 그 사람이 정녕 고맙다고 사랑이란 그러므로 붉은 신호등이다. 켜지기만 하면 무조건 멈춰야하는, 위험을 예고하면서도 동시에 안전도 예고하는. 세상은 네가 해석하는 것처럼 옳거나 나쁜것만 있는게 아냐. 옳으면서도 나쁘고, 나쁘면서도 옳은것이 더 많은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야 옳은면서도 나쁘고, 나쁘면서도 옳다는 네 말은 핑계같아. 내겐 교활하게 들여. 세상이 그런것이라면 우리가 애써 열심히 살아야하는 이유가 뭐겠어? 난 지금 정말 슬프다. 내가 너이고 네가 나일수 있는 우리. 인간이란 누구나 각자 해석한 만큼의 생을 살아낸다.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2024. 10. 3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