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7 한강, 내 여자의 열매 중 ‘철길을 흐르는 강‘ 처음으로 맛본 성소의 고요에 잔뜩 위축된 나는 깨금 발로 뒤따라가 어머니의 옆자리에 앉았지. 소매 끝이 나무 걸상에 스치는 소리도 어마어마한 반향을 올리는 곳이더군, 높다란 천장에 매달린 유리 장식과 햇빛 찬연한 스테인드글라스를 올려다보며 나는 오래 기다렸어. 어머니가 고개를 들기를. 그만 가자, 라고 속삭이며 내 머리에 손을 얹기를. 그러나 어머니는 고개를 드는 대신 손바닥으로 입을 틀어 막았지. 그리고는 세차게 어깨를 떨며 흐느끼기 시작했어. 처음 목으로 울었을 때, 당신은 몇 살이었어? 난 그날의 일을 생각하면 목구멍이 아파. 마음보다 먼저 몸이 기억하는 일도 있는가 봐. 내가 당신을 기억할 때면 온몸의 구석구석이 저리고 손가락 뼈마디, 목덜미의 솜털 끝까지 아파오는 것처럼. 도시의 뒷골목에서 달.. 2024. 8. 30.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