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규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작가 단편집. 워낙 개성 강한 독특한 문체를 가지고 있어 박민규 소설은 절대로 필사하지 말라는 얘기가 있다. 그만큼 독특한 문장을 가진 작가이다. (그럼에도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꽤나 많이들 필사하는 책이다) 그림도 아니고, 문장에 이렇게 작가의 개성이 배어있을 수 있다니 감탄하게 될 뿐이다. 그런데 막상 필사를 해보면 길들여 질수가 없는 문장이다. 한참을 필사하다보면 내 문장과 박민규의 문장이 섞이며 이도 저도 아닌 문장이 나온다고나 할까? 하지만 박민규 소설을 필사한 시간이 아깝지는 않다. 적어도 나 자신의 문체를 돌이켜 볼 수 있는 시간은 충분히 되고 남는다. 내가 너무 평이한 문장을 쓰려고 노력하지는 않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자.
한강
한강의 시집. 내가 제일 처음 필사를 시작한 책이다. 한강은 이후에도 여러 권 필사 했지만, 사실 그렇게 권하는 작가는 아니다. 여러번을 중얼거리고 그 문장을 받아써봐도 다른 조사나 접속사가 들어가 있기 일수이다. 그만큼 문장이 함축적이고 따라하기 힘들다. ‘흰’과 같은 작품은 두께나 양이나 제본이나 필사하기 딱인 책인데, 어느덧 나도 모르게 팔운동만을 하고 있다. (순전히 개인적인 경험이다. ‘흰’을 필사책으로 추천하시는 분도 많으며, 나 역시 ‘흰’은 끝까지 필사했다.) 다만 이 시집 만큼은 추천하는데, 왜 한강이 소설을 쓰기 전에 시를 먼저 쓴다고 말하는지 알 수 있다. (애당초 등단 역시 시가 먼저였다.) 느리게 읽으면 읽을 수록, 곱씹으면 곱씹을 수록 은은한 단물이 계속 나오는 맛의 문장을 만날 수 있다.
욘 포세
이건 뭐지? 소설 맞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독특한 문체. 희곡가의 면모가 소설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하지만 희곡이니까 라며 읽어도 역시 이상하고 독특한 문체. 마치 다른 시점을 한 그림에 담아낸다는 세잔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단순히 따라쓰기라고 생각한 필사도 실패할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저 사람은 알렉스’를 필사하려 여러번 시도하다가 따라할 수 없어 포기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너무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는 느낌에 시도 안해볼 수 없게 만든다. 문장력을 포기하고 그 순간을 느껴본다면 충분히 필사 도전 해볼만한 책이다. 문장에서 묘사하는 순간이 너무 아름답고 놓치기 싫어 욘포세의 여러 책 문장을 짜집기해서 전혀 다른 스토리의 글을 써본적이 있다. 그만큼 뭔가 가만히 읽고만 있기에는 싫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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