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태가 상당히 심각해지자, 나는 카드점 치는 사람을 찾아가 상담을 받고 싶어졌다. 그것만이 내게 삶의 의욕을 불어넣어줄 것 같았다… 한 여자 점쟁이의 주소가 눈에 들어왔다.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는 동안, 지난달에 A를 생각하며 새 원피스를 고르던 때와 비슷한 희열을 느꼈다. 아직도 내가 그 사람을 위해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점쟁이를 찾아가지 않았다. 그 사람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예언을 듣게 될까 두려웠다. 나는 ‘내가 그에게로 가면 돼' 라고 생각했다. 내가 왜 그에게 가지 않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때로, 그 사람이 내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하루를 보내는 게 아닐까 자문해보기도 했다. 나는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듯이 태연히 잠자리에서 일어나 커피를 마시고 이야기하고 웃는 그 사람의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한시도 그 사람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와의 차이 때문에 너무나 불안해졌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아니다. 그 사람도 분명히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 생각 만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깜짝 놀랄 것이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내 태도가 옳은 건지 그 사람이 옳은 건지 굳이 가려낼 필요는 없다. 그저 그 사람보다 내가 더 운이 좋다고 생각하면 그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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