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8 아니 에르노, 한 여자 중에서 간호사가 어서 병원의 호적 담당과에 다녀오라고 권했다. 그동안 어머니의 개인 소지품 목록을 작성하게 된다. 어머니는 이제 가진 것이 거의 없어서, 정장 한 벌, 푸른색 여름 구두 한 켤레, 전기면도기 하나가 전부였다. 어떤 여자가 소리를 질러 대기 시작했는데, 몇 달 전부터 늘 그래 오던 여자였다. 나는 그 여자는 아직 살아 있는데 내 어머니는 죽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 주 내내 아무 데서고 눈물을 흘리는 일이 벌어졌다. 잠에서 깨어나다가 어머니가 죽었다는 것을 기억해 내곤 했다. 어머니가 꿈에 나왔고, 죽었다는 것을 빼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무거운 꿈에서 빠져나 오기도 여러 번이었다. 생활에 필요한 일들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장보기, 식사, 세탁기로 빨래 돌리기. 종종 어떤 순.. 2024. 10. 21. 아니 에르노, 단순한 열정 중에서 상태가 상당히 심각해지자, 나는 카드점 치는 사람을 찾아가 상담을 받고 싶어졌다. 그것만이 내게 삶의 의욕을 불어넣어줄 것 같았다… 한 여자 점쟁이의 주소가 눈에 들어왔다.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는 동안, 지난달에 A를 생각하며 새 원피스를 고르던 때와 비슷한 희열을 느꼈다. 아직도 내가 그 사람을 위해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점쟁이를 찾아가지 않았다. 그 사람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예언을 듣게 될까 두려웠다. 나는 ‘내가 그에게로 가면 돼' 라고 생각했다. 내가 왜 그에게 가지 않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때로, 그 사람이 내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하루를 보내는 게 아닐까 자문해보기도 했다. 나는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듯이 태연히 잠자리에서 일어나 커피를 마시고 이야기하고.. 2024. 9. 12. 이전 1 2 다음